1. 진 공(進貢)

  고려시대와 같이 조선시대에 있어서도 부역과 공물의 부담은 상민의 몫이었으며, 이러한 부담의 정도는 그 지방의 자연조건과 토산물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였다고 할 수 있다.

  부역의 대표적인 것은 공부이며, 공(貢)은 그 지역의 토산명물을 공납하는 경우를 말하며, 부(賦)는 전세(田稅)를 의미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미곡으로 납부하도록 하였으나, 운반과 보관 등의 문제로 포목·꿀·기름 등으로 대납도 가능하였다. 따라서 「경상도지리지」의 공부조의 기록은 전부(田賦)편에 포함시켜야 하나 구체적인 숫자가 포함되지 않고, 공납되는 물목(物目)의 명칭만 있음으로 여기에서 같이 서술하기로 한다.
  이와 같은 진공은 지역에 있어서 정상적인 조세부담 외에 새로이 추가되어 지는 것으로 지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으며, 심지어 영덕의 명물인 은어(銀魚) 진공의 성패에 따라 지역의 수령이 교체될 정도로 지역 수령의 중요한 임무의 하나였다.
  조선시대에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 진공에 대하여서는 여러 자료가 있어 비교적 이들을 알아보기 쉽다. 이들 자료 중에 「경상도지리지」·「세종실록지리지」·「신증동국여지승람」 외 「영덕·영해읍지」·「영영승람」 등을 통하여 이 지역의 공부와 지방(土産) 공물들의 종류를 알아보고자 한다.
  시대에 따른 이들 공물의 명칭에 따라 조선시대 이 지역에서 생산되어진 물목을 살펴보면 당시의 선조들의 생활양태를 짐작하여 볼 수 있다.

1) 영덕현의 진공

  조선시대 영덕현의 공물은 크게 수공업제품과 광산물, 수산물, 짐승가죽과 짐승털, 과실과 목재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주로 면포(綿布)들과 농산물이 이들 공물의 주를 이루고 있으나, 여우가죽, 이리가죽, 산달가죽, 노루가죽, 돼지털 등의 짐승가죽 등도 있다. 이를 보아 낙동정맥의 한줄기인 이 지역에도 산세가 깊은 관계로 이들이 공물의 명단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특히 해안을 끼고 있는 이 지역으로는 조선시대 초기에는 대구어, 사어(상어), 미역, 홍합, 전복 등이 공물로 수납되고 있다. 이같이 조선시대 초에 수납되던 해산물은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와서는 문어, 광어, 은어 등이 추가되어짐을 알 수 있다.
  위의 공물 외에 과실이나 어물 등 국왕에게 올리는 여러가지 물품이 있었는데, 이러한 것들은 지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영덕현의 공물을 순서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     부〉
면주(綿紬), 목면(木綿), 정오승포(正五升布), 설면자(雪 綿子),상면자(常綿子), 점갱미(粘更米), 간중미(間中米), 갱미(更米), 조목(造木), 상중미(常中
〈세       공〉
米), 전미(田米), 진맥(眞麥), 태(太), 진임자(眞荏子), 록두(菉豆), 법유 (法油), 청밀(淸蜜), 촉밀(燭蜜). < 경상도지리지>
정철 339근. < 경상도속찬지리지>
〈토공(土貢)〉
봉밀(蜂蜜), 황납(黃蠟), 칠(漆), 지(紙), 호피(狐 皮), 리피(狸皮), 장피(獐皮), 산달피(山獺皮), 저모(猪毛), 지초(芝草), 곽(藿), 대구어, 사어(魚), 전포(全 鮑), 홍합.
〈세공(歲貢)〉 정철1,724근.(오포목(項)과 남역포에서 생산됨) < 세종실록지리지>
〈진       공〉
인삼, 방풍, 백작약, 속단(續斷), 백복령, 적복령, 백복신(白茯神), 감국(甘菊), 시호(柴胡), 괴실(槐實), 맥문동, 연교(蓮翹), 태수(胎水), 올눌제(臍), 건문어, 생문어, 건대구어, 생대구어, 광어, 은구어
<1832년, 1899년 영덕읍지·1935년 영영승람은 동일함>

2) 영해부의 진공

  조선시대의 공물은 호(戶)를 기준으로 부과하였으며, 원칙적으로는 그 지역에서 산출되는 물품을 현물로 상납하도록 하는 토산공물(土産貢物)이었다.
 공물은 각 주현을 단위로 하여 그 지역의 생산물과 전결(田結)의 크기를 참작하고, 중앙정부의 수요(需要)를 헤아려 각 주현에 이를 할당하면 각 주현에서는 이를 각 민호(民戶)에게 다시 배정하여 수납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기준이 없을 뿐더러 부패한 관원이 임의로 조작할 여지가 많아서 조세를 담당하는 민호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영해부의 상납공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     부〉 면주, 정오승포, 조미, 갱미, 점백미, 상중미, 전미, 태, 진임자, 상면자, 청밀, 촉밀, 진유, 법유 < 경상도지리지>
〈세     공〉 정철 430근 < 경상도속찬지리지>
〈토     공〉
봉밀(꿀), 황납(밀납), 칠(옻), 지(종이), 자단향(紫檀 香),족(簇, 가는 대), 지초, 인삼, 송이, 우모(우무가사리), 세모(참가사리), 해의(김), 곽(미역), 대구어, 사어, 전포(전복), 건합(말린조개), 장피(노루가죽), 녹피 (사슴가죽), 호피(여우가죽), 리피(늑대가죽).
< 세종실록지리지>
〈진     공〉
인삼, 올눌제, 방풍, 괴실, 구기자, 건광어, 자해, 건대구어, 건문어, 대구, 염(鹽).
<1832년, 1899년 영해읍지 동일>

2. 토산공물

  공물은 원칙적으로 그 지방에서 산출되는 현물(現物)을 공납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나 실제로 그 지방에 산출되지 않은 물품을 부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에 그 지방에서는 그 지방의 산물을 팔고 타지방에서 생산되는 산물을 새로이 구입하여 상납하여야 하므로 해당 관청과 민호들의 고통이 심하였다.
  따라서 그 지역에 부과하는 공물의 명칭을 보고 그 명단에 나오는 모든 산물이 그 지방의 산물이라 오해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각종 기록의 “토산공물” 조(條)의 명칭들이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토산품의 종류로 간주하여 이를 살펴보았다.

1) 영덕현의 토산공물

  영덕현의 토산공물을 살펴보면 1425년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에는 17종으로 나오며, 1454년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15종으로 2종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경상도지리지」에 나오는 목기와 도기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보이지 않는데 기인한다.
  특히 조선시대 후대로 내려오면서 초기의 육지 중심의 공물과 토산품이 점차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 중심으로 옮겨간다. 이것은 연안 해역을 중심으로 어로작업이 왕성하였음과 어로작업의 기술이 발달하여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었는데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와 더불어 이러한 토산공물을 부담하는 해안 어민들의 고초(苦楚) 또한 많았으리라 보여진다.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토산물의 숫자가 27종으로 늘어나는데, 늘어난 종류의 대부분이 해산물(魚物) 종류이다. 「경상도지리지」와 「세종실록지리지」의 곽(미역), 대구어, 사어(상어), 은어, 문어, 청각, 전복, 홍합 정도이던 것이 불과 100여년 뒤의 16세기 초엽에 이르러서는 해산물의 숫자가 송어, 복어, 방어, 문어, 대구어, 사어, 청어, 백조어, 홍합, 곽, 해의, 자해, 광어, 해삼, 황어, 은구어, 세모 등 17종으로 늘어난다. 이를 보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이 점차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되어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체로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물산(物産)들이 19세기 초엽까지 지역의 주요한 토산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1935년에 편찬된 「영영승람」에는 특이하게도 접어(魚, 가자미)만 지역의 토산공물에 추가되어 있다.

〈지 방 공 물〉
법유(法油), 매칠(每漆), 촉밀(燭蜜), 저모(猪毛 돼지가죽), 정철(正鐵), 지지(紙地), 장피(獐皮 노루가죽), 지초(芝草), 목기(木器), 곽(藿 미역), 대구어, 쌍어(雙魚), 전포(全鮑 전복), 홍합, 산달피(山獺皮), 리피 (狸皮 삵괭이가죽), 도기(陶器).
< 경상도지리지>
〈토공(土貢)〉
봉밀(蜂蜜), 황납(黃蠟), 칠(漆), 지(紙), 호피(狐皮), 리피(狸皮), 장피(獐皮), 산달피(山獺皮), 저모(猪毛), 지초(芝草), 곽(藿), 대구어, 사어(沙魚), 전포(全鮑), 홍합.
< 세종실록지리지>
〈토       산〉
해의(海衣 김), 조곽(早藿 올미역), 송심(松, 송이), 신감초(辛甘草), 은구어, 연어.
< 세종실록지리지>
〈토       산〉 송어, 복, 방어, 연어, 대구어, 문어, 사어, 청어, 백조어, 홍합, 곽, 인삼, 해의, 자해, 죽전(竹箭), 광어, 해송자, 철, 봉밀, 자초, 황어, 은구어, 해삼, 세모(細毛), 궁간목(弓幹木). < 신증동국여지승람>
〈지방토산물〉 송어, 복, 대구어, 문어, 사어(魚), 청어, 백조어, 홍합, 황어, 은구어, 해삼, 광어, 연어, 자해(대게), 해의, 곽, 세모, 봉밀, 인삼, 자초, 전죽(箭竹), 궁간목.
<1832년 영덕읍지>
〈지방토산물〉
송어, 복, 방(), 연어, 대구어, 문어, 사어, 백조어, 홍합, 곽, 해의, 자해, 광어, 황어, 은구어, 해삼, 세모, 인삼, 궁간목, 해송자, 자초, 죽전, 철, 봉밀, 접어(魚 가자미), 당귀(當歸), 백지(白紙). <1935 영영승람>

2) 영해부의 토산공물

  영해부의 토산공물은 조선시대 초기에 나온 「경상도지리지」의 21종류에서 「영영승람」에 이르러서는 무려 44종의 대폭 증가한다. 조선시대 전기의 영해부의 토산을 살펴보면 노루가죽이나 사슴가죽 이외에 이들 고기를 말린건장(마른 노루고기)과 록포(사슴고기 포) 등도 지방토산물에 포함된 사실이며, 영덕현의 토산물에는 보이지 않는 자단향·목, 석류, 청각, 홍어, 고도어(고등어), 삼어(參魚 삼치) 등이 새롭게 보이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특히 홍어의 경우 현재 서남해에 주로 잡히는 어종으로 기록에 나오는 홍어와 동일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방공물〉
곽, 우모(牛毛), 세모, 진자(榛子), 전칠(全漆), 장피 , 록피(鹿皮), 리피, 호피, 지지(紙地), 자단향(紫檀香), 지초, 대구어, 전포, 쌍어, 건합(乾蛤), 해의, 소
  (篠 가는 대나무), 진복(鎭卜), 건장(乾獐), 녹포(鹿脯).< 경상도지리지>
〈지방공물〉
봉밀, 황납, 칠, 지(紙), 자단목, 소(篠), 지초, 송이 , 우모, 세모, 해의, 곽, 대구어, 사어, 전포, 건합, 장피, 록피, 호·리피(狐·狸皮).< 세종실록지리지>
〈토       산〉 은구어, 문어, 신감초, 청각(靑角), 연어.< 세종실록지리지>
〈토       산〉
동(銅), 연(鉛), 죽전, 인삼, 방어, 대구어, 홍어(洪魚) ,청어, 석류, 문어, 송어, 광어, 연어, 자해(紫蟹 대게) , 고도어(古刀魚), 홍합, 복(鰒), 송심(松,송이), 해의 , 곽, 세모, 봉밀(꿀). < 신증동국여지승람>
〈지방토산물〉
동(銅), 연(鉛), 전죽, 인삼, 방어, 대구어, 홍어, 청각, 석류, 문어, 복, 송심, 송어, 광어, 연어, 자해, 해의, 곽, 고도어, 세모, 봉밀. <1932년 영해읍지>
〈지방토산물〉
연동(鉛銅), 인삼, 황기, 백지, 창출(蒼朮), 자지(紫芝),산골(散骨), 수철(水鐵), 전죽, 백염(白鹽), 방어, 대구어, 청어, 홍어, 연어, 삼어(參魚), 상어, 문어, 송어, 광어, 자해, 홍합, 복(전복), 곽, 은구어, 해의, 우모(牛毛), 고도어, 송용(松茸, 송이), 저(楮), 시(枾), 석류, 서여(薯), 석용(石茸), 녹용, 봉밀, 칠, 구기자, 방풍, 올눌제, 괴실, 천문동(天門冬), 하수오(何首烏).
<1935년 영영승람>

3. 경작품종·약재·어량(漁梁)

1) 경작품종

  한 지역의 경작품종을 전부 살펴보기는 사실상 곤란하며, 시대별로 그때그때 경작된 품종을 적어둔 기록조차 없어 비교해 보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조선시대 초기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와 「세종실록지리지」를 통하여 이 지역의 경작품종을 살펴보고 이를 기록하는 것은 이를 통하여 현재 이 지역에서 경작되는 품종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데 있다.
 영덕과 영해의 경작식물을 보면 벼와 보리, 기장과 조, 그리고 콩 종류 등의 논과 밭에서 나는 농산물이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들 외에 농민들에게 농업외적인 수입을 가져다 주는 베옷의 원료가 되는 마(麻)와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楮), 왕골자리의 원료인 완초(莞草), 누에를 기르기 위한 뽕나무(桑) 등이 백성들에 의하여 경작되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영덕현〉
〈경작품종〉
도(稻,벼), 서(黍,기장), 속(粟,조), 숙(菽,콩), 대맥 (大麥), 소맥(小麥).
< 경상도지리지>
〈경작품종〉 도, 서, 속, 숙, 맥. < 세종실록지리지>

〈영해부〉

〈경작품종〉 도, 서, 속, 대맥, 소맥, 숙, 마(麻), 저(楮, 닥), 완초(莞草 왕골). < 경상도지리지>
〈경작품종〉 도, 서, 숙, 맥, 마, 저, 완(莞 왕골), 상(桑 뽕) < 경상도지리지>

2) 약재(藥材)

  약재는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전통사회에서 대단히 귀중하게 취급받던 것으로 공물과 진상 품목에 반드시 들어가는 물품이다. 우리 지역은 바다와 산을 동시에 갖고 있어 귀중한 약재들이 많이 산출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에 영덕지역에서 산출된 약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덕현〉
〈약       재〉 방풍, 백견우자(白牽牛子), 백편두(白篇豆), 생지황(生地 黃), 맥문동(麥門冬), 인삼. < 경상도지리지>
〈종양(種養)약재〉
왕고(王苽), 비마자(麻子), 서실(實), 소자 (蘇子), 결명자, 남실(藍實), 간암자(岩子). < 경상도속찬지리지>
〈약      재〉 방풍, 맥문동, 인삼. < 세종실록지리지>
〈약      재〉
인삼, 방풍, 백작약, 적작약, 속단(續斷), 백복령, 적복령, 백복신(白茯神), 감국(甘菊), 시호(柴胡), 괴실, 맥문동, 연교(蓮翹), 태수(胎水), 올눌제, 자초(紫草), 해송자 (海松子), 당귀. < 영영승람>
〈영해부〉
〈약      재〉 생지황, 방풍, 백편두, 백복령, 백작약, 백급(白). < 경상도지리지>
〈종양약재〉 방풍, 고삼(苦參), 백복령, 백작약. < 경상도속찬지리지>
〈약      재〉 방풍, 백복령, 백급(白:대왕풀).< 세종실록지리지>
〈약      재〉
서여(薯), 녹용, 구기자, 방풍, 올눌제, 괴실, 천문동, 하수오, 인삼, 황기, 백지(白芷), 자지(紫芝), 창출(蒼朮), 산골(散骨). < 영영승람>

3) 어량(漁梁)

  어량은 연해나 하천에서 고기잡는 방법의 하나로 하천의 경우, 물을 한줄기만 흐르도록 물살을 막고 통발이나 살을 놓아 고기를 잡는 정치어망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어량설치는 강이나 호수에 설치된 것으로 이 지역의 어량도 강에다 설치한 것이 몇 개 있다.
  영덕지역의 어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덕현〉

〈어양약량〉 현의 서천 ― 황어, 은구어.
〈어양약량〉 포내천(오십천 하구) ― 연어. < 경상도속찬지리지>
〈영해부〉
〈어양약량〉 부의 북 적천(赤川) ― 연어, 황어, 은구어. < 경상도속찬지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