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별신굿(別神)

1. 별신(別神)굿의 의의

  별신굿은 동해안 일대에서만 행해지는 일종의 마을굿으로서 매년 혹은 3년, 4년, 5년, 7년, 10년마다 한번씩 행해지고 있으며 마을의 평안과 자손의 번창 그리고 풍어(豊漁)를 기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원에 대해서는 동제(洞祭)의 원초적(原初的)인 것이었으나 유교식(儒敎式) 제사로부터 발생 또는 파생되었던 것이고 또 다른 설은 형식은 유교적이라 하여도 기본적인 동기(motive)는 훨씬 오래된 것으로 뒤에 유교적으로 형식화 되었으며 다시 무속의 영향으로 무속적 굿이 마을 신앙과 접하게 되었다는 설이며 또 다른 학설은 처음부터 이중적 구조로 존재해 왔을 것이라는 등의 설이 있다.
  어떻든 이중적인 동신제가 일제시대의 강한 미신타파 정책과 사회적인 추이에 따라 미신적인 의미가 강한 동신제도 쇠퇴하였으며, 부락제인 별신굿은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대부분 사라지고 동해안 어촌마을 중심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굿의 명칭은 「벨신」 「벨손」 「별순」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어지며 한자로는 별신(別神)이라 표기한다. 또 근간에는 풍어제(豊漁祭)란 말도 쓰며 무당들은 「별짜」라는 은어(隱語)를 사용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굿은 마을 집단의 공동기원으로 보아서는 동제(洞祭)와 같은 목적을 띠고 있지만 동신(洞神)만 모시는 동제와는 달리 다신(多神)을 모시는 것과 제의(祭儀) 순서가 다양하고 축제적인 행사가 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내용에 있어서도 어민에게 있어서는 생활의 젖줄이기도 한 바다를 향해서 마을을 위한 간절한 바램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음이 노래와 춤과 기도 속에 들어 있다.

 
 

2. 별신굿의 의식절차(儀式節次)

  마을과 사제무(司祭巫)의 조건에 따라 굿의 규모나 순서 등은 일정하지 않지만 송동숙(宋東淑)을 중심으로 한 별신굿의 의식절차를 각 거리별로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1) 문(門)굿

  별신굿 제(祭) 전일 저녁 무렵에 한다.

2) 제사(祭祀)

  동신제(洞神祭)와 같이 지낸다.

3) 도가(都家) 조상에 빔

  도가의 조상에게 술, 떡, 과일 등 간단하게 차려 놓고 고(告) 한다.

4) 부정(不淨)거리

  무녀(巫女)가 바가지에 물을 떠서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신칼로 물을 찍어 사방으로 뿌리면서 도량경(道場經)을 외운다. 또 짚단에 불을 붙여 굿당안을 거슬러 낸 다음 신칼을 던져 칼끝이 밖으로 향하는 가를 살핀다. 이것은 부정한 것을 물과 불로 씻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춤은 없으며 장구, 징, 꽹과리 등 악기 장단에 맞추어 물을 사방으로 뿌린다.

5) 일월맞이

  해뜰 무렵 무녀는 바다를 향해 징을 치면서 절을 하고 무가(巫歌) 중타령을 창한다. 무녀는 승복(僧服)을 입는다.

6) 청좌(請座, 당맞이굿) 굿

  부정(不淨)이 없는 사람에게 서낭대를 잡게 하고 무당은 장고, 징, 꽹과리, 바라 등 무악기(巫樂器)를 울리면서 기원하면 신(神)이 서낭대에 내려와 앉은 그 서낭대를 앞세우고 골매기당(마을 祭堂 城隍堂)으로 가서 그 안에서 굿을 하고 소지(燒紙)를 올린 다음 제관(祭官)에게 서낭대를 잡게 한 다음 무녀는 제금을 치면서 신의(神意)를 묻는다. 무녀의 말이 신의에 맞을 때는 서낭대가 흔들린다. 신의가 끝나면 제금을 장단에 맞추어 두드린 다음 신장(神竿)이 흔들리면 점을 친다.
  이것은 서낭신이 신장에 내린다는 뜻이며 이것을 내름 또는 너름 받는다고 한다. 내름 받는 제관이 신장(神竿)을 잡고 앞에 서고 신장 뒤에는 무녀(巫女)와 잽이가 줄을 지어 굿당으로 온다. 신장은 굿당 앞에 세워 둔다.

 

7) 세존(世尊, 중잽이, 도둑잽이) 굿

  이 굿은 무무(巫舞)와 무가(巫歌)와 연극 등 다양하게 전개된다. 무녀는 쾌자에 부채를 들고 춤을 추다가 서사무가(敍事巫歌)인 당금아기타령을 부른다. 당금아기타령이란 당금아기가 중과 만나 시준아기 셋을 낳을 때까지의 사연을 노래로 부르는 것으로, 이것이 끝나면 관중으로부터 돈을 걷고 축원한 다음 다시 고깔을 쓰고 활옷 입고 빠른 춤을 춘다. 또한 무악(巫樂)이 계속되는 동안 무언극(無言劇)을 한다. 노승(老僧)이 부채를 지고 잠을 자다가 긴 하품을 하고 세수한 뒤 몸에 이를 잡아먹는 시늉을 하고 활옷띠를 가지고 짚신을 삼는 시늉을 하는 등 무언극을 엮어 간다.
  무언극이 끝나면 무녀는 다시 급하게 흐르는 무악(巫樂)에 따라 쾌자를 양손에 들고 빠른 춤을 추다가 제팔(바라)을 들고 독주(獨奏)한다. 이어 제주(祭主, 都家,주인)를 굿당에 앉힌 다음 무녀는 활옷과 고깔을 벗어 제주에게 입히고 바가지와 제상(祭床)의 제물을 담은 자루를 걸머지고 앉혀 놓은 다음 무녀와 잽이가 대화로 제주치례를 한다.
  즉, 손은 이 마을 복을 전부 잡아들이게 생겼고 눈은 미역바리 잘 하겠다는 등 관중을 한 바탕 웃긴다. 무녀는 다시 제주(祭主)를 일으켜 마주 잡고 춤을 춘다. 이때 두 “얼사촌(무당)”이 등장하여 도둑 잡으러 왔다고 하여 무녀와 제주를 잡으려고 굿당 안을 서로 돈다. 얼사촌들은 무녀와 제주를 잡으러 다니다가 관중에 자빠져서 관중에게 약값을 내라 하고 또 한 바탕 웃긴다.
  무녀는 방망이를 들고 얼사촌들이 제주잡는 것을 방해한다. 이때 제주를 “상제”또는 “도둑”이라 부른다.
  드디어 얼사촌들이 상제(제주)를 붙잡아 놓고 방망이를 위협하여 자루를 빼앗아 주걱, 바가지, 쌀, 사과, 대추를 꺼낸다. 주걱과 바가지는 살림살이라 하고 사과는 천도복숭아라 하여 장수(長壽)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이들을 마을 어촌계장에게 주고 쌀은 사방으로 뿌린다. 또 바가지를 엎어놓고 제주(祭主)에게 깨뜨리게 한 다음 얼사촌이 제주의 양쪽을 잡고 세번 앞뒤로 흔든다.

 

8) 호해굿

  산신(山神)과 용왕신(龍王神)을 동침(同寢)시킨다는 굿이다. 일명 합석(合席)굿이라고도 하는데 산신과 용왕신 또는 당신(堂神)과 성조신을 합석(동침)시킨다. 산신은 농사를 주관하고 용왕신은 어업을 주관하며 당신은 마을을 그리고 성조신은 한 가정을 주관하는 신으로 올해의 풍농과 풍어 그리고 마을과 가정을 평안, 곧 화해를 도모하는 굿이다.

9) 산신령굿

  무당이 무가를 부르다가 춤을 추고 나서 신단에 배례한 다음 오른손에 신칼, 왼손에 갈포(葛布)를 들고 다시 강신(降神)하는 춤을 추다가 신칼을 던져 점을 친다.

10) 조상(祖上) 굿

  이 굿은 여러 조상들을 모셔놓고 그 해의 소원성취를 조상에게 기원하는 굿이다.
어른조상을 앞세우고 아이조상 뒤따르고 꽃꺾어 머리에 꽂고 잎 뜯어 초금(草琴) 불고 너도나도 나도가자--자자손(子子孫)에 명(命) 주고 복(福) 주러 오셨던 조상님네요 재수소망 소원성취 발원달라고 이 치성을 드립니다.--

  하는 무녀의 구성진 가락은 관중을 침묵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는다. 관중들도 올해의 재수소망과 소원성취를 마음 속으로 조상에게 빈다. 무녀의 가락은 계속된다.

11) 성주굿(성조굿)

  성주신은 집안에서 가장 높은 가신(家神)으로서 인간에게 집짓는 법을 마련해 주었으며 길복(吉福)과 재복(財福)을 관장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이 굿을 할 때에는 무녀(巫女)가 남쾌자에 흑립(黑笠)을 비스듬이 쓰고 긴 성주풀이 서사무가(敍事巫歌)를 창한다. 무녀가 갓을 쓰는 까닭은 여자가 갓을 쓰면(安) 집안이 편안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굿은 마을이 편안하게 해 달라는 과정으로 무녀는 부채를 들고 톱질하는 동작을 하는 여러 대목이 나온다. 무녀가 가사를 부르면 마을 사람들이 따라서 부른다.

 

12) 심청굿

  이 굿은 노인이나 어부들의 눈이 밝아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무녀는 심청전의 줄거리를 서사무가(敍事巫歌)로 길게 창을 한다. 심청전이 먼저다. 심청굿이 먼저다 라고 하는 두 설이 있는데, 이 두 설은 국문학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무녀는 갓을 쓰고 신칼에 대나무를 길게 붙여 거기에 돈을 달아서 사실하는 장면이 있으며 춤은 없다.
무가의 한 대목을 보자

“이 세상 사람들이 일청정기가 눈인데 어찌야 하다보면 성한 눈도 궂힐 수가 있고 애삼도 막아주고 태삼도 걷어주고 자녀손들이 만경창파 나갈지라도 첫째는 일기를 잘 보아야 아무 사고가 없나이다.”

  굿이 끝나면 “단수친다”고 하여 쌀(白米)로 점을 친다. 특히 선주(船主)들이 돈을 내고 점(卜)을 본다.

13) 천왕(天王)굿 (곤반, 원놀음)

  이 굿은 천왕대를 세워놓고 무녀는 쾌자를 입고 부채를 들고 천왕대를 흔든 다음, 청배무가(請拜巫歌)를 부른 뒤 축원하고 놀음굿으로 소리를 하고 끝낸다. 천왕은 사방지두천왕(四方地頭天王)을 말하는 것으로 땅 위에 머리를 든 신 즉 천상(天上)의 신(神)인데 불교의 사천왕(四天王)과 도교의 오천왕(五天王) 등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이 굿이 끝나면 원님놀이가 시작된다.
  원님놀이는 일명 천왕곤반놀이라고도 하는데 곤반은 권번(券番)을 말하는 것 같다. 신관(新官) 사또가 고을에 부임하여 각 관속(官屬)들을 점고하는 내용이 익살스럽게 보인다. 먼저 치도(治道)를 위해 도리강관을 부르면 자기 수하인 막돌애비의 익살스러운 재담(才談)이 있고 이어 이방(吏房)과 질청 고지기의 재담과 도굴로두세랑(使令)과 때깨비세랑(使令)과의 재담이 있다. 다음에는 수통인(首通引)과 호장(戶長)을 불러 기생 점고(点考)를 시키고 광수가 기생들을 수청들게 한다. 전에는 기생 점고 때 춘향을 잡아오는 대목은 판소리 조로 연출하였으나 근래에 와서는 비속화(卑俗化)되어 익살스러운 재담으로 마을 사람들을 웃기는 소극(笑劇)이 되었다고 한다.
  이 곤반놀이는 전반에는 원님놀이로서 높은 어른(원님)의 힘을 빌어 마을의 관재(官災)와 불상사를 없게 하도록 노는 것이고 후반의 기생 점고와 춘향이 수청드는 놀이는 굿의 끝 부분에서 하는 놀음굿으로 노는 것이라고 한다.
  이 굿은 옛날 고을을 다스려 주던 그 고을 사또의 넋을 모셔두기 위해서 행해지는 제차(祭次)라고 한다.
  등장 인물은 사또, 좌상, 막돌애비, 강관, 이방, 좌수, 광수, 통인, 재비, 무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4) 군웅 굿(軍雄, 장수굿, 놋동이굿)

  이 굿은 마을 청년들이 군에 복무하고 무사히 돌아올 것을 기원하는 거리로서 즉 넋을 위로하는 굿이라고 한다.
  무녀는 홍관대에 검정 머리 수건을 쓰고 다음에 걸립을 쓰다가 다시 갓으로 바꿔 쓴다.
  이 굿에서 “밥소래 붙임”은 군웅신의 밥 그릇으로 상징되는 놋동이를 무(巫)가 입술에다 붙여서 영력(靈力)을 보여주는 것이다. 놋동이 전을 백지로 싸서 무(巫)가 입에 물고 조무(助巫) 두 사람이 양쪽 옆의 놋동이 쇠고리를 잡아 준다. 수화주(首化主)가 나와서 놋동이 속에 돈을 넣고 절한다. 이때 무악(巫樂)은 계속된다. 무(巫)의 아랫 입술이 놋동이 전에 붙는다. 화주(化主)들은 무(巫)를 향해 절한다. 수화주 부인이 돈이 든 놋동이를 엎어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춤을 춘다. 동민들이 굿상 앞으로 나와 남녀 가릴 것 없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무(巫)와 제관(祭官)인 화주(化主)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무와 금기(禁忌)를 거친 신성한 화주(제관), 그리고 세속(世俗)에 젖은 동민들이 한데 얽혀 난장판이 된다.
  이 굿은 군웅 장수의 위력을 나타내는 굿이라고 하는데 군웅신은 재산을 맡아 주는데 위력으로 여러 잡신(雜神)을 쫓아주는 신(神)이라고 한다. 한강 이북 지방에서는 가업수호신이고 장군신이며 여로(旅路)의 수호신이라는 복합된 신격(神格)을 띄고 있다.

15) 용왕(龍王)굿

  이 굿은 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재앙을 없게 하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굿이다. 사실 이 굿은 큰 굿 즉, 별신굿의 제차(祭次)로 하지만 단독제(單獨祭)로 하기도 한다. 단독 제인 경우는 가정의 행운, 장수복록, 기자다남(祈子多男), 무병(無病), 풍작(豊作) 등을 기원한다. 한마디로 바다를 차지한 용왕(龍王)을 맞아들여 축원하는 굿이다. 또 바다에서 익사(溺死)한 사령(死靈)의 넋을 위무(慰撫)하고 저승으로 보내고 풍어(豊漁)를 빈다.
  익사한 영혼을 위무하는 굿에는 짚으로 익사자의 가시체(假屍體) 곧, 인형(人形)을 만들면 심방이 그것을 업고 바다에 들어가 혼을 불러 그 인형에 주입시킨 다음 그 영혼을 위무하고 다시 시왕맞이 때와 같이 저승으로 보내는 길을 치워 닦아 보내는 질침을 하여 영혼을 저승으로 고이 보낸다. 그 다음 가시체인 인형은 시체로 생각하여 매장하기도 한다.
  무녀는 물동이를 타고 서낭대를 쥐고 공수를 내린 다음 망자상(亡者床)의 제물을 바다에 헌식(獻食)한다. 헌식이란 마을의 익사한 가정에서 소반에 간단한 제물을 차린 망자상(亡者床)을 굿당에 놓았다가 이 용왕굿에 무녀가 공수를 내리고 한 상(床)씩 축언(祝言)을 한 다음 제물을 조금씩 떼어서 넣은 물동이를 바다에 넣는 것을 말한다.

 

16) 손님굿(별상굿)

  이 굿은 일명 별상굿이라고도 하고 또 마마신(神)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천연두(天然痘)를 물리치기 위해 두신(痘神)을 배송(拜送)하는 굿이다.
  천연두는 강남에서 왔기 때문에 손님 별(星)이라고도 하며 어린애가 이 병을 앓으면 종이 깃대를 만들고 강남호구 별성사명기(江南戶口 別星司命旗)라 써서 문 앞에 꼽고 10여일이 지나옴이 떨어지면 짚으로 말과 마부를 만들어 두신을 보내는 굿을 했다고 한다.
  손님이 타고 갈 짚으로 만든 말에 고삐를 매고 또 짚으로 오쟁이 두개를 만들어서 말 양 옆구리에 달아매고 백지에 靑(동) 白(서) 赤(남) 黑(북) 黃(중앙) 색의 오방기를 만들어 세운다.
  굿상에는 일반 제물 외에 세존시루, 조상시루, 손님시루라 하여 백설기를 차려놓고 돼지머리를 상에 올린다. 무녀는 손님네 삼세분(마마역신)이 나올 때의 노정기(路程記)와 김장자 일가가 손님네를 잘못 대접하여 삼대독자를 마마병으로 잃고 망한다는 줄거리 등은 무녀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 손님풀이가 끝나면 자손들을 “손님네 고이 지켜주고 수명 장수시켜달라”고 축원하고 손님네를 “자리 좋고 정자 좋은 곳”으로 모시려면 말이 있어야 한다며 마을의 한 사람을 말로 만들어서 손님을 배송하는 말놀이를 한다.
  이 말놀이는 한 사람이 허리를 굽히게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옆구리에 끼어 아이들 말놀이처럼 한다. 다시 두신간(痘神竿)에 지전(紙錢)을 달아 맨 다음 무녀가 그것을 들고 손님은 이 정성을 받아들여 속히 멀리 나가라는 기원을 한다.

  이 굿의 춤은 느린 동작으로 칼을 대나무에 느려뜨리고 왔다 갔다 한다.
  요즈음은 신(神)도 돈을 좋아한다고 해서 대나무에 돈을 매달기도 한다.

 

17) 탈놀음

  탈놀음은 종이 가면을 쓰고 대사를 하면서 가면무극(假面舞劇)을 하는데 모두 네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마당
:
느린 굿거리 장단에 맞춰 양반의 소실인 서울애기가 나와 춤을 춘다. 이어 30세의 노총각인 양반의 큰아들 말뚝이와 그 동생 싹뿔이가 나와 노총각 타령을 한 뒤, 투전 놀음을 하여 딴 돈으로 서울애기한테 술 사먹으로 가자며 투전놀음을 하고 이어 투전 뒷풀이를 한다.
둘째마당
:
60세 가량의 양반이 등장하여 바라지꾼과의 대화에서 주색(酒色)으로 가산을 탕진한 자기 과거를 말한 뒤 서울애기와 어울려 춤을 춘다. 이때 말뚝이와 싹뿔이가 나와 방해하지만 계속 춤을 추다가 술상을 앞에 놓고 시조를 읊는다.
세째마당
:
할미가 영감을 찾으려 나와 사람들에게 신세타령을 한 뒤 아들 어둥이, 말뚝이, 싹뿔이 삼형제를 만나 그들의 안내로 양반과 서울애기가 술먹는 곳에 가서 문구멍으로 엿보다가 뛰어들어 서울애기와 한바탕 싸운다. 이때 양반은 싸움을 말리다가 자기 성질에 못이겨 졸도한다.
네째마당
:
의원을 부른 다음, 또 봉사를 불러 독경(讀經)을 해도 별 효험이 없어 다시 무당을 불러 몸을 정좌시키자 양반이 드디어 일어난다. 모두들 양반을 붙잡고 좋아서 춤을 추면서 퇴장한다.
 
  탈놀이가 끝나자 굿거리 장단에 맞춰 범이 등장하는 범굿이 시작된다. 범이 한참 춤을 추고 있을 때 양반과 할미, 말뚝이, 싹뿔이가 횃불을 들고 나오면 범이 달아난다. 이때 모두 퇴장한다.
  이 탈놀음굿은 양반, 할미, 서울애기, 말뚝이, 싹뿔이, 의원, 봉사, 무당이 등장하는데 산대도감극(山臺都監劇)과는 그 계통을 달리하는 향촌형(鄕村型)이다.
 
18) 꽃노래

굿당의 무녀(巫女) 전원이 꽃과 등(燈)을 양손에 들고 춤을 춘다.
『목단화 좋다 - 해도 주문왕의 원촌이요
요수화가 좋다 - 해도 장화안에 풍류로다
구월 국화 좋다 - 해도 항움 단풍 설워하고-』

 

  이러한 내용의 꽃노래는 제상(祭床)에 진설된 종이로 만든 꽃가지를 들고 원 모양으로 돌면서 춤을 추며 부른다.
  이 굿은 망자의 넋을 기쁘게 하는 노래로 선창, 후창이 있고 원무(圓舞)를 한다. 노래의 박자(tempo)가 점차 빨라지자 원무도 빨라지다가 끝난다.

19) 등노래

  무녀는 48각(角)의 탑등(塔燈)을 들고 춤을 춘 다음 긴 등노래 무가(巫歌)를 창(唱)하고 제관(祭官)들 머리 위에 탑등을 얹어 돈을 받고 내린다.

20) 대거리

  남무(男巫)가 잡신(雜神)에게 밥을 주는 거리로서 1인극으로 긴 대사가 엮어진다. 즉, 마을의 풍수지리에 대해 말하고 8제자를 거느린 사장(師丈)이 글 가르치는 장면, 한양 가서 급제(及第)했으나 벼슬을 거절하고 귀신을 물리치는 신직(神職)을 맡게 되었다고 하고 이 굿에 불려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또 마을 주민 중에서 사장(師丈)과 사촌을 등장시켜 관례(冠禮)하는 연극적 행위를 한 다음 천왕(天王) 등을 풀어 먹인다. 또 죽은 할머니의 영혼이 와서 딸 자랑을 해서 관중을 웃긴다.
지신(地神)이 마을을 잘 수호한다고 하고 수장(水葬)한 어부가 등장해서 고기잡이 장면을 보여준다. 또 “가래소리”라 하여 마을 선주(船主) 이름을 호명하면서 축언(祝言)도 한다.

  이상 별신굿의 의식 절차를 소략(疏略)해서 서술해 보았다. 이 굿은 소규모일 경우는 7∼8명, 보통은 10명 이상이 모여 3일 밤낮으로 계속된다.
  이 의식 절차는 별신굿의 규모나 지방에 따라 순서 등이 다를 수 있다.

 
 

3. 무복(巫服)과 무구(巫具)

1) 무복(巫服)

  무복은 주로 평복, 쾌자, 활옷 등으로 서울 경기 등 중부 지방에 비해 단조로운 편이다. 원래는 평복 차림에 쾌자를 입는데 속은 빨갛고 겉은 검정 색깔이였으며, 홍띠를 가슴에 매었으나 요즈음은 쾌자 색깔이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남색 쾌자에 공작새를 수놓거나 밤색에 금박을 찍은 쾌자를 입기도 한다.
  띠는 초록색, 노랑색 등 다양하며 활옷은 소매는 색동으로 하고 상의(上衣) 색깔은 옥색이고 하의(下衣)는 홍색이다.

2) 무구(巫具)

  소도구격(小道具格)으로 쓰이는 무구는 신칼, 부채, 갓, 흰수건, 흰고깔 등이며 이중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는 부채와 신칼이다.

4. 무악(巫樂)과 무무(巫舞)

1) 무악(巫樂)

  악기는 장고, 징, 꽹과리, 제금 등 타악기(打樂器)로서 서울, 전라도 굿에서처럼 피리, 젓대, 해금 등 선율악기(旋律樂器)는 쓰지 않는다.
  장고와 꽹과리는 남자가 치고 징도 남자가 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자가 치기도 하며 제금은 여자가 친다. 서울 굿에서는 장고와 제금을 여자가 친다.
  무가(巫歌)가 불리어질 때는 장구와 징으로 반주하고 무가가 쉬는 동안에는 꽹과리, 장구, 징을 연주하는데 이때 무당은 춤을 춘다.
  악의 장단은 각 거리의 첫머리에 춤의 장단인 푸널이 장단으로 박자는 4분의 4박자가 기본박이 되며 이 기본박은 4악구(樂句)를 이루며 징은 둘째와 네째 악구에 한번 친다.
  푸널이 다음에는 청보장단을 치는데 보통 부정굿, 청좌굿, 화해굿, 조상굿, 성주굿, 군웅굿 등 거리에 치는데 빠르기 박자에 따라 청보초장, 청보2장, 청보3장, 청보4장으로 나눈다.
  청보초장은 매우 빠른 8분의 8박자가 기본박이 된다. 그러므로 5박이 한 악구(樂句)를 이루므로 한 악구는 8분의 40박자가 된다. 징은 둘째, 네째 악구에서 한번 치며 무당은 5악구를 창(唱)하고 5악구는 춤춘다.
  청보2장은 빠른 3박(⅜)이 기본박을 이루고 기본박 5가 한 악구(樂句)를 이루므로 한 악구는 8분의 15박자가 되며 징은 청보초장과 같으며 무당은 4악구를 창(唱)하고 4악구는 춤을 춘다.
  청보3장은 빠른 2박(¼)이 기본박이 되고 기본박 5가 한 악구를 이루므로 한 악구는 4분의 5박자가 된다. 징은 청보초장과 같다.
  청보4장은 매우 빠른 5박이 기본박이 되고 기본박 4가 한 악구를 이루며 징은 첫악구 첫째박에 친다. 한 악구는 창을 하고 한 악구는 춤을 춘다.
  또 잦은모리 장단과 도깨비 장단이 있다. 잦은모리 장단은 빠른 박자(tempo)로 그안에 잔 가락이 많이 들어가서 가장 빠른 박자로 몰아친다. 징은 첫째 악구(樂句) 첫박에 친다.
  도깨비 장단은 청보초장과 2장 사이에 들어가는 장단으로 잦은모리 장단이 좀 더 빠르게 치는 장단이라고 하나 실제는 청보2장의 변주(變奏)로 보인다.

2) 무무(巫舞)

  무당춤은 각 거리마다 동작이 거의 비슷하지만 장단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며 주로 무릎과 발목을 이용해서 부드러운 동작으로 한다.
  동작할 때의 발 동작을 관찰해 보면 앞으로 나갈 때는 뒷꿈치부터 디디면서 나가며 멈출 때는 항상 두발을 나란히 하고 발을 좌우로 떼어놓으면서 몸의 이동이 좌우로 움직여지며 뒤로 나갈 때는 살짝 발을 밀면서 뒷꿈치부터 차듯이 땅에서 발을 떼고 들며 오른쪽으로 돌 경우에는 항상 오른발을 먼저 나가면서 돌고 반대로 왼쪽으로 돌 때는 왼발부터 먼저 나가면서 돈다.
  이와같이 앞으로 나갈 때는 항상 오른발부터 먼저 나가고 뒤로 올 때는 왼발부터 나가는데 돌 때에도 마찬가지다.
  장단이 빨라질 경우에는 무릎을 굽혔다 피면서 뛴다.
  오른발을 디디면 왼발을 들고 왼발을 디디면 오른발을 든다.
  별신굿 춤의 특징을 말한다면 서울굿에서 볼 수 있는 도무(蹈舞)는 없으며 무릎과 발목을 이용한 점잖고 아주 고운 춤사위라는 점과 춤출 때는 주로 왼손에 수건, 바른손에 부채를 들고 춤동작에 있어서는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평화스러운 분위기에서 움직이며 빨라질 때는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도록 무릎을 이용해서 뛰며 특히 팔놀림이 일반 춤처럼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과 어깨춤이 없다.
  끝으로 연희성과 오락성이 높다는 것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