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민 요(民謠)

  민요는 작게는 향토 단위로 크게는 민족 단위로 형성이 된다. 향토 단위란 그 고장 사람들의 공감(共感)을 받아 불려지는 이른바 토속요(土俗謠)라 할 수 있다면 민족 단위란 민족 전체의 공감을 받아 전국적으로 불려지는 두 유형으로 본다면 민요는 향토적인 특징과 민족적인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향토적이던 민족적이던 모두 민중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가락으로 표현한 것이 공통점이라 하겠다.
  농군들이 모심을 때 부르던 모내기 소리, 촌부(村婦)가 베 짜면서 부르던 베틀노래, 엄마가 애기에게 들려주던 자장가,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던 상여소리 등…. 이 민요 속에는 우리 선주민(先住民)들의 생활 감정이 깃들어 있고 공감(共感)이 스며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어디를 가나 정겨운 민요 가락은 들려 왔다. 석양이 될 무렵 들판에서 구성지게 들려 오던 모내기 소리…. 이제 이 소리를 부르던 사람들은 노쇠했으며 그 가사 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니면서 우리 고장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던 이 민요가 사라져 가고 대신 잡스런 가요들이 라디오를 통해 범람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우리 고장 토속 민요의 가사들 중에 기존 서적에서 발표된 것과 또 필자가 조사한 것들을 등재하기로 한다. 또한 민요의 구술자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기 위하여 사투리를 그대로 기록하기로 하며, 다만 뜻이 완전히 통하지 않은 사투리는 괄호 안에 표준말을 병기하기로 한다.

 
 
제1절 노동요(勞動謠)

  노동요란 노동을 할 때 부르던 노래로서, 그 고통을 덜고 즐겁게 일을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육체의 고통으로 인해 짜증이 나고 무엇인가 불만스럽기만 하면 작업은 할수록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다른 데로 돌리고 신명나는 노래를 부르면 육체의 고통도 잊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 선인들의 지혜다.

◆ 정자소리(모내기 소리, 이앙가(移秧歌))

대키세(네 다섯개씩) 대키세 주먹모를 데키세 (앞)
열류세(조금씩) 열류세 사실모를(두 세개씩) 열류세 (뒷)
이논뱀에 모를 심어 가지가 벌어도 장해로다 (알)
부모님 산소 등에 솔을 심어 장해로다 (뒷)
멈아(머슴아) 멈아 점심 멈아 점심 참이 늦어오네 (앞)
찹쌀 닷말 맵쌀닷말 씻다 보니 늦어오네 (뒷)
방석 좋고 물 좋은데 상추 씻는 저 큰아가 (앞)
겉에 겉잎을 제쳐놓고 속에 속잎을 나를 주어 (뒷)
여보 당신 날 언제 봤다고 (앞)
겉에 겉잎을 제쳐놓고 속에 속 잎을 달란말이 (뒷)
만첩산중 무푸래 나무는 찬이슬 맞고 후어졌네 (앞)
책상 밑에 앉은 선비 붓대잡고 후어졌네 (뒷)

상주 함창 공굴못에 연밤따는 저 큰아가 (앞)
연밤 줄밤 다 따나마 원순엘랑 꺽지마라 (뒷)
서울같던 과거선비 우리선비 안오던가 (앞)
오기사 오데마는 칠성판에 놓여오데 (뒷)
서울이라 유다락에 금계닭이 알을 놓네 (앞)
그알저알 나를 주면 금년과게(과거) 내가함세 (뒷)
머리도 길고 키큰 처녀 줄뽕 낭게(나무에) 걸(걸터)앉았네 (앞)
줄뽕닷뽕 내따(내가 따서) 줌세 백년언약 날과 맺세 (뒷)

해도지고 저문날에 어떤행상(상여) 길떠나노 (앞)
이태백이 본처죽은 이별행상 길떠나네 (뒷)
저녁을 먹고 썩나서니 주천당 너머 술내나네 (앞)
팔모깍은 유리잔에 나비 한쌍이 권주하네 (뒷)
방실방실 웃는 임을 못다보고 해다지네 (앞)
오늘날로 못다보면 내일 날로 다시보지 (뒷)
새야새야 원앙새야 니 어디 니 어디 자고 왔나 (앞)
문경새재 버들숲에 이리흔들 저리흔들 자고 왔네 (뒷소리)

< 창자(唱者) : 권만수(남) 창수면 오촌리, 권오성 창수면 오촌리 (1972. 8. 20)>

◆ 삼삼기 노래

영해 영덕 긴 삼가리 진보 청송 관솔가지
우리 아배 관솔패소 우리어매 관솔놓고
행수별감 널삼촌에 네이기나 내이기지
미수자리 걸머지고 산양강을 건너가니
산양강의 인심봐라 오돈오푼 받으란다.
오뉴월 짜른밤에 단잠을랑 다 못자고
이삼저삼 삼을저어 우리 형님 나래치고
이내나는 비비치고 밤새도록 삼고나니
열손가리 반을추려 단손가리 반 남았고
안동동네 열네동네 동네마다 송사가라
안만(아무것도) 없이 송사가면 네이기나 내이기지
우리아배 이방호장 무두무릅 다썩었네
어린이는 젖달래고 큰 아이는 밥달란다.
뒷집길동 거동보소 나를보고 헛웃음 웃네.
달은 벌써 다졌는데 닭은 어이 또 우는가
잔말많은 시어머니 이내잠을 또 깨우네
영해 영덕 긴삼거리 니캉나캉 왠정많아
아침저녁 따라녀냐 새벽길삼 질긴년은
사발옷만 입더란다.
창자(唱者) 신영교 영해면 성내리 (1972. 8)

◆ 베틀 노래

오늘도 하도 심심하여서
뒷동산에 올라서니
옥난간도 비었구나
옥난간을 지어나 보세
옥난간이 필우(필요) 없네
베틀이나 항상 지어나 보세
베틀 다리는 니(네) 다리
큰 애기 다리는 두다리
두루두루 육 다린데
낮에 짜는 건 일공단이요
밤에 짜는 건 월공단이라
일공단 월공단 다 짜버리고
어느 때 세월에 시집을 가나
에헤요 베짜는 아가씨 사령(사랑)도
베틀에 수심이 지노라
창자(唱者) 신영교 영해면 성내리 (1972. 8)

◆ 배 끌어내는 노래

  육지에 올려놓은 배를 출항하기 위해 배를 바다로 끌어내리면서 부르는 노래로 선후창(先後唱)이다.

 
 

어하 (선창) 어하 (후창)
아이야 (선창) 어하 (후창)
어하 (선) 어하 (후)
인지(이제) 앵미리(양미리) 잡으로 나간다 (선)
어하 (후)
돌 좀 실어라 (선)
어하 (후)

< 창자(唱者) : 천연출. 영덕읍 노물리 (1972. 7)>

◆ 노 젖는 소리

  노를 저어면서 부르는 소리로 선후창이다.
 

어허라 저서(저어)보자 (선)
거일걸이(길이) 머다캐도(멀다해도)
일분이면 넘어가고
다실걸이 머다캐도
시가지면 건너간다
추상걸이 머다캐도
어차지차 저서보자
젓는노야 고드리잖고
팔에다 힘을 올려
아처자처 저서간가
어기여차 잘도전다
저안에 들어다 봐랴
운애안개 잦아오니
안개속에 바람이 들었다
공우래(공수래) 공서구(공수거)나
이눈저눈 건네떠라
일물(일몰)에 바람이닥친다
허리깡에 화장(밥하는 아이)이야

어허라 저서보자 (후)
어허라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바람 닥친다.

한주먹을 누어놓고
이차지차 잘도전다
젖는노를야 저사가고
노는 사람은 다틀랬다
일물에 일사공아
허리깡 화장아야
이차저차 저서간다
홍물에 화장수로구나
탁주한되를 마셨으면
힘이나 벌떡나게
이수저수 다보내고
우리고향 다돌아왔다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어허 저서보자

< 창자(唱者) : 천연출(남) 영덕읍 노물리 (1972. 7)>

◆ 가래노래

  그물을 당기면서 부르는 소리로 선후창이다.

어허 가래요 (선)
그물코가 삼천리라도
걸릴날이 있다드니
오늘날로 걸렸구나
은가락지도 여게서 난다
온갖색시도 여게서 난다
비바리도 여게서 난다
까끄무도 여게서 나고
젓아보자 젓아보자
육천리 먼먼길에
팔이아파 우에젓노
젖는노를 멈추지 말고
빨리 젓어보자

어허 가래요 (후)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이후후후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세월 봄철아 가지를 마라
알뜰한 청춘 다늙는다

어허 가래요
어허 가래요

< 창자(唱者) 김유근(남) 영덕읍 노물리 (1972. 7)>

◆ 마개노래

마개는 어장의 그물을 당기거나, 배를 육지에 당겨 올릴 때 부르는 소리로 선후창이 있다.

어허 마개야 (선)
고기도 고기도 많이 들었다.
방에(방어)카나(랑) 광에(광어)카나 많이도 들었다
어허마개야
운반선을 맥히기 실어보자
우리앞에 대어놓고
군사들아 군사들아
일을 알뜰히 알뜰히 해여보자
한치기만 씨리면(실으면) 술이 한말이다
방에 한마리 후비나라(훔쳐나라)
집에 구수가 소주 한빙(병)이 먹어보자
먹자주의다 먹자주의다
방에 한마리 천원 받는다
천원 받으면 술이 두말이다
여러기(여러 명) 먹어도 남는다
전주(주인)보면 도둑놈 칸다
우리들은 먹어보자
그래안된다 소주한잔 주자
내일일라 광에 한마리 후비자
그마 술먹자

에이아라 돌려보자 (후)
에이아라 돌려보자
에이아라 돌려보자
에이아라 돌려보자
에이아라 돌려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에이아라 돌리보자

< 창자(唱者) : 고천수(남) 영덕읍 노물리(1972. 7)>

 

◆ 논매기 소리

  논을 맬 때 부르던 소리로, 아시 논매기 소리(첫번째 논맬때), 두불 논매기 소리, 시불(세번째) 논매기소리 등 세 종류가 있으며, 이 소리는 시불논매기소리 가사로 선·후창이다.

농부임네요 농부임네요 (선)
하루에 땀이흘러 비지구나
여보소 저보소
우리도 농사 알뜰히
얼럴럴 상사디야
팔월달 당했구나
원통할것 없고
팔월이 당해 왔네
그나락 베다쩌서
얼럴럴 상사디야

설어마소 유월농부 (후)
얼럴럴 상사디야
허허 허방마소
지노면 다부자 된다
그리그리 하다가
얼럴럴 상사디야
통탄할 것도 없고
얼럴럴 상사디야
햇밥을 지어 조상대우하자
얼럴럴 상사디야

< 창자(唱者) : 박성근 영덕읍 매전리(현 노물리)거주 (1972. 7)>

◆ 어새이 소리

  풀을 벨 때 부르는 소리이다. 풀은 베는 일은 비료가 부족한 옛날에 음력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퇴비를 준비하거나 논에 거름을 하기 위해 마을 전체가 연중행사로 행해진 농경 중심 사회의 중요한 행사의 하나였다. 이 풀베기소리는 각 마을마다 조금씩 내용은 다르며 가락은 신세타령조로서 구성지다.

구야구야 까마구야
신에 진곡산 넘어가는
가레(가을)갈가마구야
칠보산 더배게(등, 재)야
넘어가는 가레갈가마구야
올라간다. 올라간다.
구비구비 올라간다.
이산대백에 올라가면
군아군아 농군아
낫을빼여 짊어지고 올라가자
칠보산대백이 올라와사
낭글(나무를) 해여지고 느르간데이(내려간다) 이후후우
오느라오느라 올라가자
뒷동산에 소냉기(소나기) 뻗쳤다.
가자가자 영해들로 너러다(내려다) 바라
비묻었다 비묻었다.
빨리빨리 풀로 짊어지고
너러가자 이후후
간다간다 나는간다
내가가면 아주가나
아주간들 잊을소냐
가기는 가근마는(가겄마는)
이풀로 워데두고 나는갈고
논너마지기를 묵헤(묵혀)놓고
나는 간데이 이후후우

< 창자(唱者) : 고천수 영덕읍 노물리 (1972. 7)>

◆ 보리타작 소리

  보리타작 할 때 부르는 소리로 선·후창이다.

 

어허 타작이야 (선)
이보리가 누(누구)보리로
염생원네 네보리다
누구 보리로 너도 먹어라
억만군사야 뚜드러 보자
쥔네 양반 거동보소
칠칠받고 노래좋다

어허 타작이야 (후)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인심좋고 후하드라
억만군사야 뚜드러 보자
천석으로 뚜드르까
만석으로 뚜드르까
일만석을 뚜드러 놓고
일수절수 할수없고
먹고 노는수 좋더구나
그럭저럭 다했는데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어허 타작이야

< 창자(唱者) : 천연출. 영덕읍 노물리 (1972. 7)>

◆ 목화 따기

  해안을 낀 밭에서 김 맬 때의 돌림 노래로,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부르던 풍습 토속노래라고 부기하였다.

사래도 질고(길고) 저 장찬 밭에
목화야 따는 저 큰 아가
목화야 강질이(광주리) 옆에 찌고
날마(나를) 복 따라오소

◆ 밭매기 노래

당항락 적삼에 비맞혀 놓고
오리알 같은 젖 보기 좋다

연분홍 저고리 남(남색) 긴 소매
너 입기 좋고 나 보기 좋다.

소만풍(小滿風) 바람에 목화 순 죽고
임 바람에 나 죽는다

쓰건 달건 된장국 먹지
갈거이(계) 사냥은 왜 왔든고

담작밖에 집 짓구 살아도
그리워 살기는 매 일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