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향토 문학의 맥락 1) 문학의 이해 “선생님 시인이시군요”. 그 소녀는 말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뜻이 달라요.” 하고 소녀는 이어서 “선생님이 소설이나 시를 쓰시는 탓으로 시인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시기 때문이랍니다. 나무가 속삭이고 골짜기에 햇빛이 내려 쬐는 것이 다른 분들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선생님은 그 속에 생명 속에서 나무와 산과 함께 살고 계시지 않으세요.” 2) 현대시에 대하여 시에 대한 모든 정의는 애매한 것과 오류의 역사라고 지적한 < 엘리엇>의 말을 그대로 시를 문학이라는 말로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헷세가 그의 소설에 어느 소녀를 통해서 시나 소설을 쓴다고 시인이 아니라고 말한 것에 해답은 이미 위에서 밝혀진 것이다.
높이 떠가는 구름을 우러러보며 아득한 사모를 보내는 이 자세, 이것은 < 에리자베트>라는 여인을 사모하는 것이기보다 바로 헷세가 참 삶을 꿈꾸며 갈구하며, 그러나 인생 그 자체를 쓸쓸한 미소를 보내는 그의 영혼의 모습이며, 그의 작품 속에 담겨진 찬란한 세계의 상징적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3) 향토문학의 맥락 한 고을이 한 나라의 지방이듯이 향토문학은 곧 우리 민족문학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 문학의 맥락을 살펴본다는 것은 민족문학이라는 숲을 이루고 있는 지방이라는 나무들의 건전성을 살펴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
< 꽃조개>의 전성기는 1960년대 중반기였다. 김녹촌씨가 이곳에 장학사로 부임해 오고 손춘익, 권용철, 권오삼씨 등이 교사로 부임해 오면서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 꽃조개> 동인에서 참여하였던 많은 동인들이 이후 문단에 등단하여 아직까지도 현역에서 맹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도 중견작가로 무게있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 꽃조개> 동인 출신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들을 밝혀보면 권용철(경향신문), 손춘익(조선일보), 김녹촌(동아일보), 권오삼(월간문학)씨 등이 있으며, 영덕읍 남석리의 이장희가 〈아동문학〉지에, 강구면 강구리의 이태희가 〈현대문학〉지에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1970년도에는 앞의 이장희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지역의 문학활동은 「칠령문학회」가 담당하였는데, 1968년에 창립한 칠령문학회는 1972년부터 「칠령」이란 제호로 문학지를 창간하여 1983년까지 제11집을 발간하고는 다시 제12집부터 제25집까지는 「칠령문학」 제호로 발간하였으며, 제26집부터는 「영덕문학」이라는 제호로 꾸준히 문학지를 발간하여 오고 있다. 칠령문학 회원 가운데는 초대 회장인 박윤환씨가 3권의 시집을 냈고, 평생회원으로 가입한 < 시문학>지 추천으로 등단한 김재진씨가 6권의 시집을 냈으며, 육수범 회원이 1989년에 시 전문지인 < 시와 의식>지와 종교문예지인 < 문학> 양지에 각각 당선됨으로 등단되어 금년 내로 첫시집 < 일어나는 흙의 신화>를 발간하게 된다. 그리고 1990년에 김도현 회원이 월간 < 농민문학>지와 1991년에 월간종합문예지인 < 문학세계>지 양지에 각각 당선되었으며 1993년에는 시집 < 그리운 물빛 판화>를 발간하였다. 한편 영덕읍 남석리 출신의 정라곤은 1984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시부문)와 현대문학을 통하여 등단하였으며, 1989년 < 꽃의 이름으로>라는 시집을 발간하는 등 맹활약을 하고 있다. 또한 창수면 오촌리 출신의 권동기는 처녀시집 「천행시」로 문단에 나와 현재까지 제7시집을 출간하는 등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4) 현대 문학의 순례 현대의 영덕문학의 흐름은 크게 시를 쓰는 시인과 수필을 쓰는 수필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시는 사물을 보고 느낀 바와 자기의 감성을 언어를 조율하여 나타내는 문학의 한 장르이며, 수필은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상을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은 낙동정맥이 급경사를 이루며 그 뿌리를 동해에 수직으로 담그고 있어 해안선이 아름다운 지세를 가지고 있으며, 강하게 불어 치는 남태평양의 저기압, 소금기 머금은 해풍의 소용돌이 등의 자연환경이 만들어주는 영향으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심성들이 다정다감하게 변하여 이성적인 성찰이 필요한 소설가보다 감성이 풍부한 시인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 임영창(林泳暢 1917∼2001)
|
◆ 신진규(申鎭奎 1926∼1997)
◆ 백의석(白義石 1920∼ )
◆ 방태석(方泰錫 1926∼1985)
◆ 박윤환(朴允換 1927∼ )
◆ 이장희(李章熙 1929∼ )
◆ 박남훈(朴南薰 1932∼1993)
◆ 최해운(崔海雲 1934∼2000)
◆ 김대두(金大斗 1934∼ ) |
◆ 강문종(姜文鍾 1935∼ )
◆ 이태희(李太熙 1938∼ )
◆ 김재진(金在鎭 1938∼ )
|
|
◆ 육수범(1943∼ )
|
◆ 김도현(金道顯 1943∼ )
◆ 이재훈(李在薰 1949∼ )
|
◆ 유국진(劉國鎭)
|
◆ 조종문(趙鍾文)
◆ 이명숙(李明淑 1949∼ ) |
◆ 박승렬(朴承烈 1955∼ ) |
◆ 이운락(李雲洛 1961∼ )
◆ 김동원(金東圓 1962∼ ) |
구 멍 구멍은 어찌 보면 참 많은 것을 가졌다. -저 광활한 우주의 별들이 생겨나고 또 죽어서 스스로 돌아가는 몰락과 생성의 두 구멍이 있는가 하면, 우리같이 수컷들이 알이나 새끼로 자라서 흘러나오는 저 한정없는 암컷들이 한없이 깊고 넓고 편안한, 그 한길 구멍도 있다. 구멍은 어찌 보면 참 많은 것을 가졌다. - 이따금 난 산이 몸부림치는 이상한 소리를 바람 부는 뒷산의 동굴 구멍 안쪽 벽에서 들었는데, 어찌 들으면 그 소리는 태초의 첫구멍 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또또 어찌 들으면 많이 쓴 구멍들의 흥건한 절정의 끄트머리에서 흘러나오는 그 야릇한 소리로, 수만년 제대로 키워온 자연의 그 순리 구멍의 신음쯤으로 알아들었다. 참으로 그 구멍이 하는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 -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그 무슨 질퍽거리는 운명의 진흙 구멍 속에라도 들어가야만 하고, 또 그 구멍 밖으로 안간힘을 다해 기어나와야만 한다. 마치, 저 백두산 천지 복판에서 날마다 힘차게 밀고 올라오는 그 생수 구멍의 당찬 힘처럼, 우리도 언젠가 한 번은 찬란한 기쁨의 인생을 위해, 온몸으로 어둠의 구멍을 뚫고 나가야만 한다. |
한국의 가을 사과 조롱조롱 새털구름이 매달려 있는 대추나무 곁이다. 허리 둘레엔 윤기 흐르는 마을 두르고, 여러 가락의 아주 멋진 생각을 두르고, 지방 과수원에는 사과가 첫 생리한다. 꼬옥 물들어 가는 것이 열여섯 계집아이 부끄럼 같다. …… 햇살에 풍겨드는 고운 몸의 향내는. 그렇다. 어쩜 우리도 착하고 소박하게, 담담하고 둥글게, 속 깊은 하늘이 쓰다듬는 대로 익어 가다 보면, 한 번은 물이 들어도 아주 이쁘게 든다. 마치 꽃밭 속 다투어 피는 꽃들처럼, 한결같이 몸 둘레가 고운 저 한국의 가을 사과처럼, 붉게붉게 물이 든다.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 시간 걸리는 저녁 풍경 사이로 구름이 만지고 가는 내 고향 노을은 언제나 싸아하니 복사꽃 향내가 묻어 온다. 살금살금 개울을 밟고 오는 어스름 곁으로 산새들 다투어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고, 풀벌레 모여 사는 뒷산 숲속엔 사운대는 초여름 솔바람 소리가 좋다. 이윽고 하나 둘 마을에 불이 켜지면 저만큼 동구밖 달님은 아이들을 모으고, 초록 가지 힘을 주는 느티나무 아래엔 밤도와 늦도록 개 짖는 소리 들리고, 키 낮은 사람들의 어깨 위로 도란도란 별들이 곱기만 하다. 두 줄도 아니고 세 줄도 아니고, 까맣게 몰려가는 시간 속으로 개구리도 제 울음 구령에 맞춰, 논두렁 나란히 한 줄로 섰다. ◆ 김현옥(金賢玉 1963∼ ) |
◆ 박기현(朴起炫 1964∼ ) |
◆ 유영갑(劉永甲 1965∼ )
◆ 정라곤(鄭羅坤 1950∼ )
◆ 권동기(權東基 1962∼ )
◆ 임충빈(任忠彬 1946~ )
◆ 손숙희
◆ 김경숙(金敬淑 19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