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절 서사민요(敍事民謠)

  서사민요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엮으서 부르는 노래로서 한마디로 이야기로 된 민요이다.
  서사민요의 특징은 창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쓰는 어휘(語彙)들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의·식·주(衣食住) 및 가족 관계의 명사(名詞)는 아주 구체적으로 세분되어 있지만 추상명사(抽象名詞)는 극히 적다. 또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물명(物名)에서만 한자어가 사용되고 고사숙어(故事熟語) 같은 건 전혀 없다. 내용상으로는 일반적으로 슬픔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괴롭고 슬픈 생활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프면서도 슬픔 속에 침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의 일면이 엿보이는 민요이다.

○ 총각처녀 노래

한살먹고 어매죽고 두살먹고 아배죽고
세살먹고 할매죽고 네살먹고 할배죽고
다섯살먹어 삼촌집에 가니
숙모는 나가라고 내차네
지청구에 삶은 물에 매밀범벅 반범벅에 접시국에 발라주네
정월이라 대보름날이 숙모님이 나무지러 가라하네
지게를 달라하니 가지없는 짝지주네
낫을 달라하니 손배없는 낫을주네
지게꼬리 달라하니 썩은새끼 석발주네
뒷집에 서동무야 앞집에 개동무야 나무지러 가자
정월이라 대보름날이 나무지러 가자하노
귀때기를 때리면서 나혼자 가라하네
그 자리에서 통곡하고 앞집가서 밥을 얻어 뒷집에서 국을 얻어
엄마묘에 갖다놓고 엄마엄마 일어나소
대성통곡 슬피우다 그자리에서 잠이들어 꿈을꾸니
어머니가 하는말이 어서 일어나서 나무지러 가자
너 숙모 봤으면 매뜸질한다.
어서 나무지러 가자
벌떡 일어나서 보니 쥐도 새도없이 어는 누가 날깨웠노
그 자리에서 다시 울고
올라가는 광대싸리 내려가는 조롱싸리 열닷단을 비어다가
한단팔어 책을사고 두단팔어 버선사고
석단팔어 신사고 저고리 사고 바지사고 다사입고
책을 옆에끼고 길을 가다니
이서방네 맏딸이 잘났어 소문이 나서
앞밭에 쪽을갈아 쪽저고리 헤어입고
뒷밭에 분을갈아 분홍치마 헤어입고
열두칸 마루끝에 허능청 걸터앉아
저기가는 저 선비는 글 선비인가 활 선비인가 내방을 둘러가소
말이사 고맙소마는 길이바빠 못들어갈세
여보시오 내 술이나 한잔잣고 가오
말이사 고맙소마는 길이바빠 못들어갈세
잣고가오 잣고가오 담배한대 잣고가오
말이사 고맙소마는 길이바빠 못들어갈세
한 모퉁이 돌고돌아 벼락이나 때려주소
두 모퉁이 돌그들랑 급살이나 맞아주소
세 모퉁이 들거들랑 큰 비청청 와주소
삼적안에 들거들랑 가매체나 부러지소
말이라고 타거들랑 말좆가리 부러지소
큰상이라고 받거들랑 반다리가 부르지소
사모관대 씨그들랑 사모관대 늘쩌주소(떨어져주소)
저녁상이라고 받거들랑 수절지끈 부러지소
첫날밤에 들거들랑 겉머리 속머리 우며지며 앓아주소
안방에 들어가서 엄마엄마 울엄마야 어제왔던 새 손님이
겉머리 속머리 우며지며 앓아지네 객꾸(客鬼) 한번 물려주소
야야 객꾸(객귀)사 물리지만 쌀이없어 못물리네
사랑방에 나아가서 아버지 아버지 울아버지 객꾸한번 물러주소
야야 객꾸사 물리지만 바가지 없어 못물리네
아랫방에 내려가서 오빠오빠 울오빠야 객꾸한번 물러주소
객꾸사 물리지만 칼이없어 못물릴세
별당에 들어서서 형님형님 울형님 객꾸한번 물러주소
액씨액씨(애기씨) 울액씨야 객꾸사 물리지만 물이없어 못물릴세
은동이를 옆에끼고 은바가지 독에독에 넣고 은따배(또아리) 손에들고
대문밖에 나서니 죽었다고 붐(부고)이왔네
액씨액씨 울액씨야 어제왔던 새손님이 죽었다고 붐이왔네
이말저말 다시말고 흰댕기나 달아조라
영초댕기 들인머리에 흰댕기가 가당하나
액씨액씨 울액씨야 상포치마 입어져라
비단공단 감던몸에 상포치마가 가당하나
액씨액씨 울액씨야 대짝지(상중에 짚는 지팡이)나 짚어져라
은가락지 끼던손에 대짝지가 가당하나
서른두명 행상꾼이 얼싸절싸 잘도가네
가노라니 가노라니 이서방네 맏딸이 여전히 분을 가라
분홍치마 헤어입고(만들어 입고) 쪽을가라 저고리 헤입고
열두칸 마루밑에 구경하러 나와 앉았네
서른두명 행상꾼이 처녀보고 발이붙어 못가는구나
처녀처녀 이처녀야 너를보고 발이붙어 못갈세
그처녀가 하는말이 속적삼이나 벗어다가
시체안에 넣어주거던 인내(사람냄새)나 맡고 가시오 땀내나 맡고 가시오
서른두명 행상꾼이 발이 떨어져 가는구나
길에서 묻어놓고 묘를 쓰고, 그처녀가 시집을 가다가 그 묘를 보고
두패 교군(가마꾼)이 발이붙어 못가거든 한참되여 묘가 달라져 흰나비 날아와 가 매안에 들어가네
한참있다가 파랑나비와 흰 나비가 나와서 묘안에 들어가네
갈라진 묘가 아무러졌네
그제서야 두패교군이 발이 떨어져 가매안에 들여다 보니 죽어져 있네
그 묘옆에 묻었더라

 
 

○ 빨래 노래

울도담도 없는집에 시집가던 삼년만에
시어마님 하시는 말씀 아가아가 며늘 아가
진주낭군을 보실라거든 진주남강에 빨래를 가게
진주남강에 빨래를 가여 터그덕 터그덕 도구더니
하늘같은 서방님이 구름같은 갓을 쓰고
태산같은 말을 타고 본체만체 지내간다
검둥빨래랑 검게 다하고 흰빨래랑 희게 해아
집이라고 돌아오니 시어머님 하시는 말씀
아가아가 며늘아가 진주낭군을 볼라거든
사랑방으로 들어봐라 사랑방에 들어가니
반달같은 첩을놓고 오색가지 술상을 놓고
권주가를 부르는데 하도 답답꼬 어니 무너져
내 자는 방을 들어와 오동장농 벽계수에
명지 석자 수건찾아 목을매서 자는듯이 죽었드니
시어마님이 들어와서 보고 도려 나가서
어느자석 아들놈아 진주강에 빨래 갖다와여
니 소는 소베를 보고 목을매서 죽었고나
버선바닥 우르르나가 자목신가는 목을안고
첩으방은 석달이요 본처방은 평상(평생)인데
말한마디 아니하고 황천간다는 말이 웬말인고
이렇게 저렇게 죽어져도 죽어지면 그만인데
악착겉이 살았시면 장화영화 몬보고 한 번 가시 못오더라